어제(17일) 영풍문고에 들러 책을 산 뒤 후배랑 마산 창동의 한 분식집을 들렀습니다.

노조 사무국장 맡아 하다 갑작스럽게 4개월간 노조 전임자 신세가 돼 그 해(2007년) 여름휴가 못 가고, 대학원 수업으로 2년간 평소 휴가에 연차까지 몽땅 쓴 탓에 지난 3년간 여름휴가계를 낼 수 없었음다. 올해 만 4년 만에 여름휴가계를 낸 것이죠.

4년 만에 찾아온 달콤한 여름휴가라서, 혼자 여행이라도 갈까 하다가 차라리 집에서 푹 쉬고 보고 싶었던 책도 실컷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소 모자라는 '쩐'의 문제도 있었지만요. ^^

아무튼 갑자기 쫄면이 먹고 싶다 했더니 함께 있던 후배가 이 분식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분식집 입구에는 이곳이 40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입간판이 있더군요.

한 분식집이 40년이라...
창원시로 행정통합이 됐어도 손맛 오래된 밥집은 여전히 마산지역에 있다는 사실 다시 확인.

요즘 조금씩 시작한 트위터에 인증샷 한 번 올려볼까 해서 이 분식집의 입간판을 찍었죠.
그리곤 제 눈에 입간판 위로 그물을 친 거미가 한 마리 보였습니다.

40년 전통이라는 입간판 위에 그물을 친 거미. 사진을 보시면 마산사람이면 대략 어디인지 아실 것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얼마나 여기 있었니"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좀 거친 표현을 하자면 쌩까였습니다.
이론 거미에게조차 쌩까이다니....쩝.
말 없는 거미를 원망하며 혼자 휴대전화 카메라로 인증샷 찍는 것으로 섭섭함을 달랬습니다.
혹여 이 친구가 내게 초상권으로 소송은 걸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며.

거미 수명은 종류 따라 무척 다르다고 하는데요. 보통 1-2년 살지만 어떤 거미는 20년 이상도 산다고 네이버에 담긴 두산동아 백과사전이 친절하게 가르쳐줬습니다.
그리고 이 분(블로거 jtleekor님) 의 글을 보니 암컷은 최대 25년까지도 산다고 하네요.

궁금하시면 아래를 꾹.

세계에서 가장 큰 골리앗 거미(biggest spider goliath tarantula)

거미 수명. 최장 25년.
이 친구는 40년 된 이 분식집 역사와 얼마나 함께 했을까요?

아님 이 친구도 대를 이어서 이 분식집의 문지기 노릇을 한  것은 아닐지....

혹, 창동에 있는 이 분식집을 들르면 입구에 있을 이 거미친구에게 꼭 인사하세요.

저는 튕겼지만 다른 분께는 이 친구가 말을 건넬지도 모르니까요. ^^

혹 대화를 나누신 분은 꼭 저희 신문사나 제게 제보해 주세요. 저희 신문에 전세계적인 특종을 안겨 주시는 겁니다, 그건. 블로그 댓글로도 환영이라는...
캬, 기사 제목도 바로 나온다는.

"너희가 말하는 거미를 아느냐?"
"알 수 없는 것이 인생, 거미가 내게 말을 걸다." 정도. ^^
Posted by 늘 축제였음..

얼마 전 옛 마산지역에 있는 가곡전수관에서 타악을 치는 한 분을 알게 됐습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문득 든 속담 비슷한 어구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네.'


그럼 뭐가 남을까 생각해봤음다. 혹여 사람들이 이 속담 때문에 북도 뺏고 장구도 뺏으면 그에게는 뭐가 남을까... 황당한 생각....

생각해보니 그에게 여전히 남는 것은 장구와 북을 친 손맛이 아닐까합니다.

그 손맛은 그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남아 있지 않을까라는...

좀 생뚱맞은 얘기지만 MB의 이번 개각을 보면서 이 속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왕차관'이라 불리는 박준영까지 다 자진사퇴하면 MB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데, 이 물음에는 곧바로 단답형 정답이 나오더라고요.

천만 관객을 휩쓴 그 영화와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그 영화.
<왕의 남자> 이..재...오, <영일대군> 이...상...득.

우린 모두 여기 살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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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여기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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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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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땅

정태춘 아재의 구슬픈 목소리로 부르는 <아, 대한민국>이 통기타 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듯 합니다. 사실상 국정 2기를 맞는 MB내각의 청문회를 앞두고 남은 2년여 임기도....답답하네요.
Posted by 늘 축제였음..

어제(24일) 저녁 함안보 타워크레인 점거농성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저도 회원으로 있는 부산.경남 아고라 분들과 모처럼 함께 가 봤습니다. 아이를 포함해 경남아고라에서 10명, 부산아고라에서 10여 명이 왔고, 밀양촛불모임, 대구환경운동연합 상근자와 회원들, 옛 마산지역 에 기반한 시민단체인 열린사회 희망연대 회원 등이 이날 저녁 함안보에 모였습니다.

2006년 GM대우 창원공장 비정규직 굴뚝 농성 기억이...
사회면 편집 기자로, 함안보 관련 기사가 제가 짜는 면으로 많이 배치돼 고공농성 현장을 보고 싶거든요. 또, 2006년 GM대우 창원공장 비정규직 굴뚝 장기 농성을 취재하기도 해 그 기억이 저를 현장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더군요.

 
현장에 가니 민중의 소리 구자환 기자와 저희 신문사(경남도민일보) 이동욱 기자 2명이 열심히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방문객 반응을 살펴보거나 이들의 얘기를 전하는 것 외는 일체 할 수 없겠더군요. 굳게 닫힌 정문, 크레인 점거에 들어간 환경운동 활동가 2명의 꺼져버린 휴대전화는 그 이상의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취재는 딱 거기까지 겠구나 싶더라고요.

맞은편 타워트레인에 있는 점거 농성자 2명에게 힘내라고 외치는 촛불문화제 참가들.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



외침 "최수영 이환문 우리가 있다"
오후 7시 30분이 가까워지자 모인 컨테이너 농성장에 모인 이들은 전망대로 촛불을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망대 옆 잔디밭에서 촛불을 든 이들은 "최수영 이환문 우리가 있다!" "이환문 최수영 우리가 함께한다!"를 줄곧 외치고, 몇몇 사람의 고공농성 지지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가끔 크레인에서는 불빛으로 그들의 안전과 투쟁의지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24일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장을 향한 촛불들.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 사진 좀 허접하네요.


하늘의 저주일까? 새까맣게 몰려든 구름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고 촛불문화제를 끝내려 하자 까마귀떼가 하늘을 뒤덮은 듯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새까만 구름(CMYK 감산혼합으로 친다면 K값이 거의 90% 정도)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장대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드라큘라의 고향이라는 루마니아 한 고성이 옮겨온 듯한 느낌, 혹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싸움을 다룬 영화 <언더월드>의 색감을 보는 듯한 기분 나쁨.
하늘의 저주가 퍼붓는 듯 했다면 지나친 망상일까요?

정문 맞은편 컨테이너에 잠시 있다가 창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부산 아고라 분들과 함께 식사하며 함안보 방문 일정을 마쳤습니다.

그들은 무사할까? 그들은 강을 살리는 밀알이 될까?
저는 거기에 개인 소망을 넣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바라봐 주는 것, 혹여 필요하다면 자그마한 마음을 드리는 것, 저는 아직 그 이상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 했습니다.
Posted by 늘 축제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