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진화한 김두관 도지사를 기대하며 3]

(narration insert)
2번의 도지사 낙선, 한 번의 국회의원 낙선, 그리고 세 번째 도전만에 도지사 당선. 2002년 이후 그의 이력은 민주당, 열린우리당, 혹은 친노계열 무소속으로 기록된다. 대중에게 알려진 정치인으로서 그의 모습도 이 이력과 궤를 같이 한다. 국외자는 좀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고 싶어한다. 대중에게 잊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그의 모습을 더듬어보고자.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지난 3일 오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석묘를 찾았다. 이날 김 당선자가 노 전 대통령의 작은비석을 어루만지며 당선 소식을 전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S#2-2)

이쯤해서 제가 밥벌이를 하는 신문사(경남도민일보 6월 3일자 2면)에 실린 기사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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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김 당선자의 인생역정에서도 나타난다. 1954년 4월 10일 남해군에서 가난한 농어민의 아이로 태어나 그곳에서 청년까지 자랐다. 남해종합고등학교를 거쳐 1987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 개헌쟁취로 이어지는 1986년 청주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김 당선자는 교도소에서 '진정 이 사회를 사람다운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지역의 뿌리가 튼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 출옥 후 귀향한다. 고향에서 남해농민회를 조직하고, 1988년 '민중의 당' 후보로 13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4명 중 3위로 낙선한다.
그러나 그는 1988년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꿈을 키운다. '군민주'로 <남해신문>을 창간했고, 사장인 자신이 직접 배달을 하면서 주민들을 살핀 끝에 군민 절반 이상이 구독하는 성공을 거둔다.
그 후 김 당선자는 1995년 당시 37세의 나이로 남해군수에 당선된다. 지방자치의 모범으로 남해 혁명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군수관사를 헐어 민원인 주차장과 느티나무쉼터를 만들고 군수실 한쪽 벽면을 투명유리로 바꾸는 열린 군정을 펼친다.
또 민원인 공개 법정 제도, 주민공사 감독관제, 주민 220명 이상 요구 시 감사 청원제도 등을 도입한다.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들이 조국에서 살 수 있도록 독일인 마을과 남해 스포츠 파크 등 남해군 관광도시 발판을 마련한다.
김 당선자는 2002년 4월 남해군수 7년의 생활을 접고 경남도지사 선거에 처음 출마하지만 낙선한다.
....................................................................................../김정훈 기자

이 기사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동아대학생 시절 대통령 직선제 쟁취 투쟁을 하면서 교도소에 수감된 점, 지금은 민주노총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양대 정치적 기반이 된 전국농민회, 그중 남해군지부를 조직했다는 점입니다. 1988년 '민중의 당'후보로 이미 총선에 나선 점도 눈에 띕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노동현장을 많이 누볐다곤 하나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농민회에 몸 담으며 직접 근로현장을 경험하고, 그 토대로 진보적 성향의 농민단체 조직을 일군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민중의 당 후보로 총선에 나선 점은 (진보정당 자체가 없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정당 간판을 달고 국회에 입성한 점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시작이 다르죠.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권/비수도권의 권력 분점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지역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에 무게를 뒀다면 김두관 당선자는 이장, 군수를 경험하면서 지역분권보다 더 근본적인 풀뿌리 지역자치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행자부 장관 시절 프랑스 데파르트망(department)과 레지옹(Region)의 중간 규모로 상정한 50여 개의 중광역시로 기존 광역 시.도를 재편하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참여정부의 행정총책임자로서 새로운 형태의 지역분권체계를 따르는 데 무게를 뒀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의 행정단위는 우리나라의 광역시.도와 유사하지만 지역의 역사성을 어느 정도 결합한 레지옹(region)과 코뮨(commune)을 기본으로 하고, 레지옹과 코뮨의 중간인 데파르트망을 두고 있습니다.

프랑스 행정조직 및 자치제도 관련 글을 보려면 아래를 클릭.
(영국.프랑스 자치제도가 제주행정계층구조 개편에 주는 시사점)

어떻든 김두관 당선자는 지방분권보다 풀뿌리 지역자치에 보다 근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김두관 당선자는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마산MBC 초청 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닮고 싶다고 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노동당 출신으로, 브라질 최대 노조인 철강노조 위원장(우리나라로 치면 금속노조 위원장)을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1986년 드디어 하원의원이 됩니다. 하지만 그 뒤 대선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맛보고, 2002년 드디어 브라질 대통령이 됩니다. 2006년에는 재선에 성공하죠.

김두관 당선자는 그를 닮고 싶은 모델로 꼽은 이유 중 하나로 각종 빈민 정책을 시행하는 진보적 사고를 함과 동시에 경제 분야에서 유연성을 가지면서 복지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 브라질 국민들은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뽑힌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이 75-81%에 이릅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본받고 싶은 인물로 거론한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 왼쪽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오마이뉴스


1980년 창당한 사회주의 정당인 브라질노동당은 한국의 진보정당들처럼 전국정당화를 우선 시도하기보다는 각 지역에서부터 꾸준하게 정치적 힘을 길러 집권에 이른 정당입니다. 참여자치예산제 도입으로 유명한 포르투알레그레, 전세계 환경수도라고 일컬어지는 쿠리치바 등 브라질의 유명 도시 상당수는 브라질노동당이 장기 집권한 곳들입니다.

덧붙이자면 포르투알레그레시는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선진국+자본) 중심의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해 '또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세계사회포럼이 2001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튼 진보정당 초기 한국에서도 섣부른 전국정당을 1차 목표로 하기보다는 지방자치에서 운영의 힘을 길러 전국화로 가야한다고 적잖은 이들이 전략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노 간판으로 나온 민주당의 이광재, 안희정, 한명숙,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등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4명과 비교하더라도 김두관 당선자는 가장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보가 절대선이냐? 그건, 관점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죠. 아니 그것이 도정 수행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도 없지 않습니다. 한국, 아니 경남만 하더라도 도의원 대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입니다. 여야간 43(한나라 38, 한나라 성향 무소속 5):11 정도 되니까요. 그가 얼마나 이견에 대한 소통을 잘 해낼지는 과제겠지요.

하지만 한나라당 일색이던 남해군수 시절 무난한 군정 운영을 한 점은 차치하고, 2004년 밥벌이하는 신문사 기자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각 당 도지부장 초청으로 선거전략 공청회를 했을 때 만난 그에 대한 제 기억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보다는 잘 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2004년 만난 그는 여러 의제에 대해 정말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우직.진지 모드, 그러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단호함을 갖췄다고 느꼈거든요. 노 전 대통령이 정면승부를 즐기는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면 김두관 도지사는 또다른 소통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이후 출간된 두 번째 유고집 <진보의 미래>를 저는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여러 매체의 소개글 정도를 읽은 수준이죠.

친노라고 일컬어지는 이들 중 제 생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실천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겨둔 '한국적 진보가치의 미래'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이가 김두관 당선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그에게 녹록치 않은 과제들이 그의 도정 운영 과정에서 던져질 것입니다. 그 과제와 실험은 기대감과 걱정도 함께 던져줍니다.

(narration insert)
창원 경남도청 앞에 선 국외자는 생각에 잠긴다. 곧 비행기를 타러 김해공항으로 가야할 시간인데... 아직 정리하지 못한 생각의 줄기가 그를 짓누른다. 김두관, 그에게 어떤 과제가 던져질까?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민했던 '진보의 미래'가 노회찬에 대한 삿대질로 귀결하는 것일까? 한국을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던 그는 짐짓, 아직 그의 가슴에 반도 남녁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식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그 직감이 출국을 머뭇거리게 한다.

(내일 4회 계속)
Posted by 늘 축제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