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공부랍시고 할 거라고 서울에 머물 때였음다. 3월말 정도 된 것 같은데, 경희대 정문에서 가까운 관광대학  독서실에서 나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하나 피우다가 어떤 느낌이 들더군요. 중학생들이 하교하는 장면, 옆에서 공사하는 거센 소리, 새소리, 갓 잎사귀가 나온 나무들이 어우러지고, 곧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벗꽃. 그 공간에서 소속되지 못하는 부유하는 생물같은 나.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글쩍였던 넋두리임다.

표상(representation)-  경희대 한 편에서  
 
  깃발이 날린다
  봄의 염장을 지른 그늘이
  사시나무의 흔들림을 몸으로 감염시킨다 그
  뿐이다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좌에서
  익숙해진 일상의 일상을 반복한다
  전복은 가슴에만 살아있는지 숨겼는지
  재잘거린다
  소리와 소리가 파찰음을 낸다 우에서
  참새-사라지는 반가움-가 담소를 나누고
  종합 강의동을 짓는 파괴적 창조가 운다
  소리친다 모든 소리를 흡수하려 한다

  한계가 봄을 때린다
  지칠 거야 지칠 거야
  한기가 촉수를 뻗는다
  말미잘이 독한 기를 내뿜는다

  택시가 언덕을 헐떡이며
  미끄러진다
  욕하지 마라
  사납금과 일당을 벌기 위해
  배회한다
  기사가 차를 위로한다

  봄이 산란한다
  한 무더기의 지친 이미지를
  지치도록 눈알에 쑤셔 넣는다
  새 천년 삼월의 막 날이다

Posted by 늘 축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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