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7월 15일자 1.4.5면에 배치된 기획기사 '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비정규직 800만 시대'를 보면 한국 노동자의 54%가 비정규직으로 산다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경향신문의 54%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것을 인용한 것인데요, 노동부와 통계청 등 정부기관과는 다소 차이를 드러냅니다. 이는 상용직 노동자의 범위와 학습지 교사, 화물차 기사, 덤프트럭 기사 등과 같은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분류할 지, 자영업자로 분류할 지 등에 따른 차이입니다. 이를 테면 원청 업체로부터 실질적인 인사노무관리와 작업지시를 받으면서도 파견 업체의 노동자로 있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는 노동부는 정규직으로 보지만 그 내용으로는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를바 없어 광의의 비정규직으로 노동계는 분류하고 있죠. 그렇게 본다면 54%라는 것이죠.
  제가 왜 뜬금없이 정규직 노동자 파업 얘기를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얘기를 할까요? 어제 오늘 YTN에서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4시간 부분 파업을 한다면 보도가 뉴스 타임마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기사로서도 이런 최악의 기사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왜 파업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아무리 들어도. 같은 동종 업종 종사자로서 부끄러움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저희 지부장(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지부)은 어제 YTN 구본홍 사장 내정자 낙하산 선임 반대를 위해 서울 출장을 가서 선임 저지투쟁(이른바 몸빵이죠)을 하러갔는데, 그 사실이 왠지 서글퍼지더군요.
  현대차와 기아차, GM대우 노조(금속노조 소속 지부)가 왜 4시간 파업을 할까요. 금속노조 올해 중앙교섭은 타결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각 사업장 사용자가 금속노조 산업별 중앙교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노조 형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개별 사업장 중심의 기업별 노조체계에서 산업별 단일 노조형태로 상당수 전환을 했습니다. 따라서 중앙교섭은 사회적 수준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가 교섭을 하는 것이고, 각 지부(기존 기업별 노조들)들은 각 사에 맞는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보충교섭을 통해 획득합니다. 노동조합은 산업별 형태로 전환해 이에 걸맞는 교섭을 요구하는데, 사용자들은 협의회든, 연합회든 연합체계를 통해 교섭을 하려 않거든요. 노조의 형태가 기존과 질적으로 다르면 그 교섭 틀도 바뀌게 마련인데, 어떻게 보면 완성차 4사 사용자들이 그 교섭 틀을 거부하거나 노사관계가 사회적 합의 형태가 되지 않기 위해 완강히 저항하는 것입니다. 왜냐, 기존 기업별 노조 형태는 그 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 수준에서 의제가 한정되지만 산업별 중앙교섭은 그 산업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복지, 근로조건의 최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 때문에 교섭 자체가 사회적 의제 수준으로 확장됩니다. 그만큼 그 결과가 전체 사용자들에게 적용이 많이 되는 겁니다. 물론 현재는 산별 노조 전환 초기인데다,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4사 등과 같은 대형 사업장 사용자들의 산별 교섭 거부로 교섭 틀이 정착되진 않았습니다. 일종의 과도기죠.
  특히 금속노조든, 언론노조든, 아님 보건산업의료노조든 산업별 교섭의 중요성은 오히려 서두에서 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저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강제하는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섭 수준이 사회적 의제로 확장된다는 것이죠.
  이번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노조, 쌍용차 노조 등 완성차 4사 노조(금속노조 각 지부)가 4시간 부분 파업을 하는 이유는 역으로 대형 사업장 사용자들을 중앙교섭에 참여시켜 기존 기업 수준의 교섭의제를 사회적 수준으로 확장하기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한 압박입니다. 파업을 위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되기도 어렵습니다. 그들 조합원으로 보면 이런 사회적 의제 확장을 위한 노력에도 정규직 노동자가 있는 노조이자 대형사업장이기 때문에 파업이 잘못 됐다고 하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또한 아무런 내용도 없이 파업한다는 것으로만 기사가 나가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보도매체 종사자들(특히 기자)에 대해 얼마나 분노감이 들까요. 보도매체 종사자들 대다수(조중동을 제외한 기성보도매체)도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있으면서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한 이해력은 정말 초등학생 수준이지 않습니까. 이쯤 되면. 더욱이 여기에도 어려운 비정규직들도 있는데,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이 마녀사냥 당하듯이 무조건 '돈 한 푼 더 벌려고 파업한다'라는 이미지만 심어주면 이들 노조는 얼마나 화가 날까요.

  지인들과 술자리 등에서 얘기를 하다보면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욕설이 장난이 아닙니다. 경향신문 5면 기사를 봐도 노조는 비정규직에게 차라리 사치라고 합니다.
  저는 가끔 주류 미디어(물론 제가 일하는 공장인 경남도민일보도 이 단어의 얹저리에 있진 않는지 고민이 됩니다)의 기사작성 행태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겹게, 어려운 삶을 산다고 정규직 노동자들, 아니 모든 노동자, 아니 거의 모든 국민이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것인지 뭔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마디로 노동이나 파업관련 기사에서 한국 미디어들은 골때립니다. 노동3권은 서구에서도 인권 중 가장 큰 부분으로 인정(이른바 사회적 권리로 인정되죠)하는 것인데, 이런 인권의식도 없이 협의의 인권 얘기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은 인권 공부 처음부터 다시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류 미디어들이 제시하는 데로 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상황이 나아질까요. 앞서 산별 교섭을 얘기했듯이 더 악화되었으면 될 것입니다. 사용자로서는 더욱 싼 임금으로 아무런 저항없이 노동자를 부려먹을 수 있으니 기꺼이 그렇게 되길 바라겠죠. 그래서 그런 기사의 맨 밑까지 가면 결국 사용자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얘기를 하겠죠.


  물론 잘잘못을 따지거나 이데올로기 수준을 얘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내용이라도 전달하자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YTN 현대차노조 파업 관련 기사 정말 X입니다.

 끝으로 비정규직이 이처럼 대량 양산된 것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향 평준화로 가자는 게 정답이 될 수 있을는지,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달라야하지 않을는지'라는 생각도 함께 드네요.

관련사설 경남도민일보 7월 17일자 사설 '비정규직 해법은 없는가'(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60072)

Posted by 늘 축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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