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선생 초청강연회를 듣고 2

지난 11월 1일 홍세화 선생 초청강연회(장소 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제 생각을 끝없이 잡아끌었던 것은 촛불집회에 대한 반추였습니다. 그래서 첫 포스팅에서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촛불집회를 보면서 법이라는 규범 틀 내에 자신을 가둬버리고, 자신의 존재를 지지하고 대변할 수 있는 좌파 정당에 대해서조차 욕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지닌 이들이 너무 뿌리 깊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이 말에 공감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만의 푸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의 배경은 설명하고 싶군요.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기존 시민단체, 노조 조합원, 노조연합회에 발담그지 않는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 중에는 과거 학생운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 30.40대 들도 적지 않고, 노조운동을 해본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시민들도 적지 않고요. 아무튼 시민단체 관계자나 회원,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이 만만찮게 참여했습니다. 저도 그런 인터넷 모임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요.

  그 분들을 욕하거나 폄훼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한국 내 좌파정당(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을 포함하겠습니다)이나 노동조합의 총연합회인 민주노총, 그리고 조직노동자 전체를 매도하는 데 오는 좌절감입니다. 실제 서울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경남)도 그런 분들을 심심찮게 봤습니다.

  홍세화 선생은 강연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프랑스에 망명생활을 할 때, 제 자식이 고1 때 선생이 던진 질문이 '노동조합이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였습니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시험이고, 숙제였습니다"

  조중동이라는 수구반동 미디어가 아니라도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우리 국민의 의식은 높지 않을까라고 착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촛불집회 초기였을 때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이 땅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이들은 한국노총 이외 조직 노동자의 역할이 적지 않았고, 또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중추 역할을 했다. 그리고 한국도 사회복지를 이룰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런 저런 모임을 다니면서 그 생각은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홍세화 선생이 최소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국가 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대학 평준화가 일차적이라는 말에 회의가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대학 평준화'는 현재 국민들의 의식지향으로 볼 때 요원한 것 같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리의 장난일 수 있겠지만 (질서에 길들여진)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닌 최소한의 자기 계급의식이 없다면 대학평준화는 결코 동의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1차 세계대전이라는 극도의 파괴 행위 뒤 상당수 독일 국민들이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선택한 독일 사회민주당에 대한 선택과 같은 우연적 계기를 통한 좌파정당(물론 여기에는 사회주의 정당 등도 포함되겠지만 한국에서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려는 정당도 제가 보기에는 좌파라고 충분히 불릴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 조중동이 신문 시장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보수정당인 민주당도 좌파라고 하는 한국 상황에서는요)이 집권하거나 제1야당이 되지 않는 한 너무 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중동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10% 부자들의 논리 프레임이 두려워 민주주의를 지켜온 이들을 스스로 폄훼하는 시민의식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게 제가 촛불집회 후반부에 든 의문입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공화국 앞에 '민주'를 지켜온 실체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도 없이 날로 먹으려는 시민의식은 외려 천박해보입니다. 촛불을 든 그렇지 않는 시민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요.

  그렇다고 제가 민주노총이 잘못이 없다거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저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있지만 민주노총에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또한 앞서 말한 두 정당이 집권이 가능한 좌파정당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린지 제법 됩니다.

  이들 세력 장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촛불집회에 나타난 (질서에 길들여진) 주된 시민의식 수준으로 홍세화 선생이 얘기한 '대학 평준화'라는 실질적인 요구를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절망감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촛불집회에 들떴지만(저도 6월 중순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속의 시민의식이 보여준 프레임에는 계급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의식 수준으로 과연 '대학 평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10%의 지배층에 대해 세금 더 내라는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을까요. 
Posted by 늘 축제였음..